일본 리포트

문화로 시작해 '마을'로 완성돼야

2021-07-16 13:52

'문화'로 시작해서 '마을'로 완성돼야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요코하마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 그리고 그 자리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두 차례의 글이 요코하마 도시재생의 과거, 현재였다면 오늘은 미래를 전망하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요코하마의 주민, 행정, 경찰이 하나로 힘을 모아서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 것은 분명히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더구나,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발판이 됐고 지역사회와 연계해나가는 과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 것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재생 (再生) 사업으로서 성공했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진 설명 - 문화의 거리에 설치된 벽화, 일본 요코하마) 

 

인위적 '문화의 거리' 과제는?

 

왜 그럴까요? '문화의 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할까요? 원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문화’의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이념, 체제, 시대, 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문화의 힘은 도시재생에서 아주 효과적인 수단 (tool)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화’는 일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뭔가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때나 가서 둘러볼 수 있지만 자주 가서 보는 대상은 아닙니다.

 

문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 이해가 없이 문화를 일상 공간처럼 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부러 마음먹고 다녀가는 공간이 돼서는 문화의 거리는 생명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요코하마 '문화의 거리'나 전주시의 서노송동 예술촌은 원래 문화, 예술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습니다. 문화, 예술의 뿌리, 정체성이 전혀 없는 곳에 문화, 예술을 인위적으로 이식하는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행착오, 진통이 불가피하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사진 설명 - 문화의 거리에서 각종 행사를 알리는 게시판, 일본 요코하마) 


과제 1. 지역공동체 뿌리내려야

따라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문화의 거리가 성공하려면 ‘마을’로써 뿌리를 내려야 됩니다. 마을은 주민이 사는 공간입니다. 삶의 터전에 필요한 슈퍼, 노래방, 술집, 당구장, 음식점 등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고 주민들이 정착하면 그 자체로 ‘마을’의 물리적 조건이 갖춰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마을에 근접한 형태가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의 거리는 예술의 힘으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부근에 사는 주민들의 일상 공간이 돼야 지속 가능합니다. 예술가들과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삶 속에 예술이 스며들 때 진정한 문화의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제 2. 주민 거주, 생산. 창작활동

 

정부와 지자체가 조성한 각종 인공 (人工) 테마마을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말은 마을인데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 예산으로 각종 시설은 지어놓았는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입니다.

 

'벽화사업'도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도심이나 농촌에 가면 주택의 벽에 그린 그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조로운 경관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그 효과는 거기까집니다. 벽화가 시선을 끌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기는 힘듭니다. 벽화가 삶의 조건, 방식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도시재생 (再生)은 거기에 주민이 거주하거나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생산활동이나 창작활동이 이뤄지고 그것이 정부 보조에 의지하지 않고 자생력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요코하마시와 전주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부 예산으로 해왔다면 진짜 성공은 지역사회의 소프트파워로 이뤄내야 합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입니다.

 

(JTV전주방송 정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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